모라토리엄의 속죄?(feat. 그남자 그여자) - 모라토리엄의 뜻

 

모라토리엄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릴때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그 남자 그 여자(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카레카노)'의 에피소드 9화에서의 제목이었다.

 

그남자그여자의 에피소드 제목은 ACT 회차 / 제목 / 사자성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9화의 제목은 아래와 같이 ACT 9.0 모라토리엄의 속죄(인과응보) 였다. 

 

 

당시에 이를 봤을 때 모라토리움이 뭔지도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모라토리엄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도 지불 유예 이런 정도의 결과만 나올 뿐... 어떤 의미도 모른 채 그냥 보았었다!

 

 

잠시 에피소드 9화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지금까지 학교에서 얌전한 우등생인 척 연기해오던 채은서(미야자와 유키노)가 지성준(아리마 소이치로)과 사귀게 되면서 우등생 연기를 관두고 이전과 달리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 반 아이들은 지성준, 정우혁(아사바 히데아키)과 어울리는 은서를 평소 질투했었고 이전과 다르다고 말하는 이야기에 백승미(이사와 마호)는 지금까지 은서가 지금껏 착한 척 연기해왔던 것이며 남자들을 꼬시기 위함이라는 둥 이제야 본성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야기에 불을 붙인다. 그 결과 반 아이들은 은서에게 속았다고 동조하며 은서는 반에서 은따가 된다. 이에 은서는 어느 정도 예상한 듯 자신이 해왔던 행동의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의 시작이라며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그 뒤는 성준의 동창인 세나가 전학 온 이야기로 이번 글에서는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아서 패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모라토리엄의 뜻과 의미 그리고 애니메이션 그남자그여자 내용과는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목차를 클릭하면 위치로 이동합니다!)

 

1. 모라토리엄의 사전적 의미

2. 일본에서의 모라토리엄의 의미

3. 그남자그여자 제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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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라토리엄(Moratorium)의 사전적 의미

 

Moratorium : 지불 유예, 일시 정지 (우리나라에서는 채무지불정지, 채무지불유예라고도 부름)

 

Moratorium은 라틴어 '지체하다'라는 의미인 'morari'에서 파생된 것으로 주로 경제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Moratorium이라는 말이 쓰이는 경우는 전쟁, 천재지변이나 재해, 경제공황 등 한 나라 전체나 특정 지역에 긴급 사태가 발생한 경우, 채무 이행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법령으로 일정 기간 동안 금전 채무의 이행을 연기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디폴트(Default)로 이는 지불불능, 국가부도를 의미하기도 하며 채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2. 일본에서의 모라토리엄(Moratorium)의 의미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의 발달 단계를 8가지로 구분했는데 각각의 단계에는 각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고, 이를 극복하면서 인간이 발달한다고 설명하였다. 그중에서 5번째 단계인 청소년기(12~22세)의 과제로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때 에릭슨은 청소년기는 육체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 확립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모라토리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때부터 모라토리엄은 사회과학적, 심리적 용어로도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현대 일본에서 쓰이는 모라토리엄의 의미는 경제적인 용어가 아니라 나이로는 성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는 것'을 유예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대략 대학생 정도의 나이대의 기간을 말하며 즉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 '사회인으로서 출발하는 것을 연기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최근의 모라토리엄의 의미는 일본에서 대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않거나 사회에 나오는 것을 피하고 어른이 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등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된 작품으로는 2014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일본 영화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가 있다. (대학 졸업 후 모라토리엄 기간을 지내는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그리고 한국에서는 모라토리엄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사회적 용어로 자주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모라토리엄이라는 말이 정착되는 데는 1978년 게이오대학 교수이던 정신과의사 오코노기 케이고(小此木啓吾)가 출간한 '모라토리엄 인간의 시대'라는 서적 때문이라고 한다. 그 서적 안에서 오늘날의 젊은 사람들이 청소년기를 지나서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늘어난 다양한 직업과 삶의 목표, 고학력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세대의 증가 등의 이유로... 모라토리엄 기간이 지속되면서 '모라토리엄 인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창했다. '모라토리엄 인간'은 사회인으로서 주인의식 없이 성인이 되어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인간을 말한다.

 

 

3. 그남자그여자 제목의 의미

 

 

9화 제목 '모라토리엄의 속죄'는 극중 은서가 성준이와 사귀게 되면서 우등생을 연기를 더이상 하지 않고 자신의 원래 모습 성격으로 살아가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찾은 자료로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보자면...

 

그남자그여자에서는 성인이지만 사회로의 진출을 미루는 모라토리엄의 의미보다는 에릭 에릭슨의 발달 단계에서의 모라토리엄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은서는 에릭슨의 발달 단계 중 청소년기로 자아정체성과 역할 혼돈 사이에서 스스로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상태로 모라토리엄 기간을 겪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그리고 과거에 친구들을 속여왔던 것에 대해 속죄하고 은서는 반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해도 절망하기보다는 이때까지 내가 해온 행동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의연하게 행동하는 점에서 지어진 제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행히 10화에서 이 문제는 잘 해결되고(?) 은서도 더욱 성장하게 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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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그여자에서 시작해서 어쩌다보니 다양한 모라토리엄의 의미를 알게되었는데 찾아보면서 나도 괜히 모라토리엄 인간인거 같아서 씁쓸.....

 

 

아무튼 모라토리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셨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